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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of Japan/2020

① 위로받지않는 생활

구글검색

당신은 혹시 위로받고 있습니까.

오늘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블로그에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무슨 이야기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야외결혼사진을 찾다가 저 사진이 있었다... 구글에서..

투명한 아크릴 사각관에 새빨간 장미들이 채워져 디스플레이되어있는 저 사진이 야외결혼사진에 연관되어서 검색된 걸 보면 

아무래도 저 사진은 예식장의 장식해놓은 인테리어를 찍은 게 아닌가 싶다..

 

정말 오늘은 이상한 날이었다,

절대 하지 않을 실수를 2번 연속했고 

그 실수는 너무나도 허무하고 어이없고 초보들이 할만한 실수였고..

저번 주에도 몇 번이나 지적받고 심지어 그렇게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한 건데..

오늘은 대놓고 리모트 전화미팅에서 사람들 다 듣는데 실수를 지적했다.

너무나도 부끄럽고... 나 자신이 너무 싫어졌다.

그리고 화가 났다.

또 탓했다.

대체 왜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 듣는 미팅 한가운데에서 물어보고 지적하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인가... 인정해야 하지만 참 인정이 안되더라 내 손으로 해놓고도 내가 한 게 아닌 느낌이었다,

속으로..

 

아.. 도망치고 싶다.. 누구에게 이 속상함 한탄함을 털어 넣고 싶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일도 안된다.

초보적인 실수를 대놓고 지적받으니 

모든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 다 볼멘소리 같고 충고도 아닌 비난 같고 넌 왜 이렇게 일을 못하냐 그것도 모르냐 하는 것 같아서

리모트인데도 불구하고 내 집인데도 불구하고

아.. 도망치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점점 싫어진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나는 다시 떠나야 하는구나..

 

내 성격의 문제인지 아니면 나 같은 종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이런 성격의 종족이 있다면 정모를 하고 싶을 정도다...)

 

한 곳에 1년을 못 있는 성격..

 

이건.. 특히 일 관련해서 나온다..

 

정이 들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들이 나에 대한 막대함... 아니 그러니까 예의는 있되... 그냥 가치없이 대해지는 그 순간이 포착된다면 뒤 도안 돌아보고 갈라서고 싶은 딱! 대쪽같이 나오는 그 결단력으로 내 모든 상황과 환경과 순간과 생활을 베어버리고 절교하는 그런 성격...

 

뭣하다면 150만 원짜리 맥북도 망치로 다 부수어버리고 컴퓨터가 망가져서 일을 못하겠습니다 

하고 

월급도 필요 없으니 나 여기서 나가겠습니다...

라고 말할 그런 성격... 정말 못돼먹은 건가 싶기도 하지만..(못된 거냐 막된 거냐,,,)

 

하지만

 

목 구녕까지 차오르는 이 대사 하나를 던지지 못하고 그저 알겠습니다 하고 오른손 검지로 눌러 대화창에 나오고 마그마같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순간적으로 방출시키는 

 

악!!

 

하는 소리로 잠시 스트레스를 풀어보다가...

 

집에만 있으니 살찌는 소리가 들려서 식이조절 중 3일 전에 산 임연수를 맛나게 구워서 먹으면서 

이 불안함과 화와 화와 화가 잠잠해지기를 바라면서 

노 알코올 맥주와 함께 맛나게 먹어보자 하고 

그릴로 열심히 앞뒤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집게로 집어서 그릇에 올리는 순가... 안..

 

부엌 뽀송뽀송 털이 자욱하고 강아지 등짝을 쓰다듬는 그 느낌의 러그에 철퍼덕! 소리와 함께 연하디 연한 임연수가 푸수수 팥 콘처럼 자신의 하얀 살점을 날리면서 바닥에 떨어졌을 때...

 

그 느낌은..

 

3일 동안 야채와 두부와 곤약과 양배추의 생애를 다 기억할 정도로 먹어댄 푸르딩딩한 채소들의 향연의 뱃속에 유일한 기름진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그 임연수가..

 

그렇게 하얀 살점을 날릴 정도로 가볍고 뽀송할 것 같은 그 임연수가..

 

특가라고 한 마리에 780엔이나 하는 거 690엔으로 샀다고 좋아라 장바구니에 담아서 행복하게 언제 먹을까 고대했던 그 임연수가...

 

내일 먹을 때 고추냉이로 먹을까 겨자로 먹을까 아니면 무를 갈아서 라임즙을 뿌려서 블랙페퍼랑 같이 솔솔 뿌리는 게 좋을까 아님 

그냥 단순하게 먹을까... 올리브 오일을 뿌릴까 아님 MCT를 살짝 붓으로 바를까 아님 레몬즙을 찍어먹을까... 그렇게 레시피까지 생각했던 임연수가...

 

그렇게 장렬하게 떠러 졌을 때 난 절규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한테 왜 이러는 것인가.

스트레스+스트레스...

일도 안되고

먹고 싶었던 것도 안되고..

 

그냥 넘어가지 이런 일도 있지 했지만... 치우는 것도 짜증 나고 털이 스쳐 지나간 그 임연수 살점들 사이에 보이는 러그 털들이...

 

눈에 보이는데..

 

결국 난 결단을 내렸다.

 

러그 사이사이에 들어간 임연 수살들을 때어내는 것보다 그냥 러그 자체를 버렸다.

 

그리고 임연수는 물로 헹궜다.

 

탈탈 탈탈 탈탈...

 

그리고 장갑도 안 끼고 맨손으로 뼈를 대충 바르고 

그리고 에어프라이어로 던져버렸다..

기름이 쫙 빠져서 나온 임연수는

내가 생각한 기름지고 입에 착착 붙는 좋은 술안주가 아니었다..

 

그저 기름이 온전히 사라진 그저 한낱 생선이 되어있었다. 그것도 딱딱하고 기름기 없는 퍼석한 느낌 그대로..

 

술 따윈 없고

혹시 그사이에 러그 털이 있을까 걱정도 하지 않았다... 그냥 먹었다.. 배고프니까.. 점심으로 먹었던 사과 반쪽 오이 반쪽 키위랑 방울토마토는 벌써 사라진 지 오래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걸 누구에게 말하고 싶다... 슬프다? 아니 속상하고 화가 난다.. 누구한테 위로받고 싶다...

 

그래

 

내 인생 살면서.. 오랜만에 생각한 단어.. 위로..

 

혼자 살면서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안 난다.

 

익숙해진 혼자의 삶에는 오로지 나 혼자서 해야 하는 것들 뿐이기에 누구에게 위로를 받는다라는 생각은 자체를 안 한다.

나는 독립적인 사람이고

지금은 독립을 한지 벌써 10년이 넘었고

나 혼자 사는 거에 너무나도 익숙해 

한 이불을 덮고 옆에서 자는 게 나의 어머니일지언정 기피하고 싶은 느낌이 만연한데..

누구랑 같이 사는 것이 거북할 것 같은데 

누구에게 위로를 받겠는가.

 

물론 친구에게 털어놓을 수 있고

아니면 아는 지인에게

아니면 옆에 자는 게 거부감은 있어도 가족인 어머니에게..

아님 형제에게?

 

아니...

아니다...

 

형제에게 하든

어머니에게 하든

친구에게 하든

아는 지인에게 하든

 

그들은 자기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전화를 하거나 연락을 하면 오히려 속사포처럼 자기 이야기만 하기 때문에 

나는 또 나의 이야기를 접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하든

아니면 공감을 하든

또는

오히려 내가 위로를 해줘야 할판일 거다...

 

먼저 결혼한 친구는 육아 이야기에 이야기보따리를 풀 것이며

신혼인 친구는 시어머니 불만 이야기를 풀 것이며 (또는 신혼생활이겠지...)

연애 중인 아는 지인은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며 불안함을 전달할 것이고...

형제는 이직을..

어머니는 본인의 삶을...

 

그렇게 또 나에게 이야기하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자신이 어떻게 하는지 나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그럴 때 속으로 말한다..

 

나도!!! 나도!!!!! 나도 위로해줘!! 나도 위로받고 싶어서 연락한 거야.. 나 이런 일이 있었어!! 근데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왜 너만 이야기하니?! 너만 입이냐!!!!!!!

 

오늘은 

임연수 없이 그냥 노 알코올 맥주를 연달아 두 캔을 까대며 이 글을 작성해본다..

 

위로 따윈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잘할 거야...

 

하지만 내일도 해야 할 일들에 관해선 정말 벗어나고 싶은데 어떡하지...

 

그래.. 아무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내 귀를 간지럽히는 트럼펫 재즈 소리와 

알코올이 쏙 빠진 이 맥주 아닌 보린 탄산음료를 마시며..

 

주저리주저리 써보자...

 

이 상태면 아무래도 2편은 더 쓸 것 같은데... _?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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